Guadalupe 성지 순례

Chairman's Corner

이창재 요셉 부제

그리스도 신앙 공동체의 기본문제 - 소통/합일과 친교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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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2-0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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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신앙 공동체의 기본문제 - 소통/합일과 친교

이 창재

예수님께서 출가하시어 3년 동안, 십자가위에서 돌아가시기 까지, 공생활기간에 하시던 복음사업, 오순절을 통하여 그 사업을 전수 받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모여서, 예수님의 부활을 증거하며, 주님이 하시던 그 복음사업을 이어 받아 계속하는 곳이 그리스도의 신앙 공동체이다. 그래서 교회는 주님의 교회라 하며, 교회의 머리는 주님이고, 교회의 지체는 주님을 따르는 주님의 제자들이다.

2015년 어느 주일에 동내 미국교회의 미사에 참여하였는데, 아프리카 케냐에서 손임사제가 와서 그의 강론도 듣고, 관례대로 그분의 공동체를 위하여 2차 헌금도 했다. 그런데 영국식 영어로 해서 그런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잠시 주님의 복음사업을 묵상하면서 우리 교회 공동체의 소통(communication)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실감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하드라도 소통을 가능케 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 달려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말씀을 듣는 청중에게 알아 듣기 쉬운 비유로 하늘나라를 설명하시는 모습이야 말로 청중에 대한 배려가 아니겠는가?

오순절 아침의 은총으로 시작된 초기 그리스도 공동체는 주님과 소통하는 공동체이며 동시에 서로 친교를 나누는 공동체였다. <이집 저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사도 2; 46-47). 소통과 친교가 첫 신자 공동체의 기본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초기 신자 공동체가 로마의 험난한 박해시대를 거쳐 로마제국의 국교가 된 이후 가톨릭교회의 처지와 입장은 달라지게 되었다.

로마제국의 시민이 모두 국교가 된 가톨릭의 신도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 결과로 소통과 친교를 기본자세로 하든 초기 공동체의 모습은 사라지고 새로운 신도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신앙지침의 교리서, 신도들을 지도하고 교계제도의 설정을 위한 교회법전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제반 사항을 이미 법도로 확립한 로마제국의 관례를 손쉽게 따르게 되었으니 이것이 중세기를 거쳐 신도들을 사목한 로마 가톨릭 교회의 면모이다. 이러한 교회 공동체에서 소통과 친교를 요구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라 할 것이다. 그런 사정으로 하느님과의 소통을 원하여 광야로 나간 성자의 출현과 친교의 공동체로 수도원도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수도원도 교회의 통제하에 들어가게 되니 수직의 체계가 고정되고 공동체가 성사중심으로 생활화 되다 보니 성직자 중심으로 소통되고 운영되었다.

하느님 (성삼)과의 소통이 신앙의 핵심이니 자연스럽게 수직 소통이 관행이 되어 하느님 (성삼)이 원하시는 수평 상호 소통의 신앙생활이 어렵게 되었다. 오늘날 교회생활에서 수평적 상호 소통의 확장을 위하여 노력하는 과제가 중요하다. 그러나 성찬의 전례가 교회 전례의 중심에 있어 영성체를 통해 신자들이 주님과 하나가 되는 소통의 신비가 이루어 지고 있으니 천만 다행이다. 전반적으로 교회 전례가 모두 신자들을 하느님과의 소통을 과제로 하는데 특히 주님과 소통과 친교가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미사에서 <영성체 예절>-이라 하겠다. 이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신 주님께서 나와 하나가 되는 소통의 극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그리스도 신앙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어떻게 할 것인가? 주님과 공동체의 일원인 내가 하나로 결합하는 이 소통의 장을 공동체 생활에 확산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난주일 미사때 <말씀의 전례>에서는 비록 소통이 어려웠지만, <성찬의 전례>에서 영성체를 하는 순간, 주님과 합일하는 소통의 극치를 실감하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였으니, 이것이 주님께서 나에게 특별히 내려주신 이날의 <교훈>이라 생각되어 감격하며 감사를 드렸다.